윤곽을 따라

만져질 듯, 닿을 듯, 또렷한 듯 흐린.

I’m not mad. It’s just my RBF.


쓸데없는 생각에 일가견이 있는 나인데
초 대문자 NF가 나타났다.
(한마디로 표현할 길 이 NF뿐이다.)

이해가 되는데 이해가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조정할 필요가 있기에
찬찬히 적어보려한다.

일단 나는
일할 때 누가 말 거는 것이 좋지 않다.
Bitch.
나름의 이유를 대자면
리포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에 완성하고 싶기 때문이다.

비교 분석 및 적절한 워딩과 disclaimers까지 챙겨야 하는 우리의 업무 특성상
집중은 필수고 때문에 중간에 흐름이 깨지면 한껏 예민해진다.
게다가 나는 모국어로 일하는 것도 아니기때문에
더더욱 집중을 요한다.

과학적으로도 한 번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시 복구하여
하던일로 돌아가려면 23분여가 걸린다고 한다.
중간에 다른 길로 새는 것이 얼마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일인지.

물론 회사에서 동료들과 말 한 마디 안할 수는 없겠지만
어쨋든 리포트를 써내는 것이 주업무이기 때문에
입 닫고 귀 막고 써내고자 하면 굳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왜 이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는가.
나는 수다쟁이 두명과 일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나의 시니어이고, 하나는 이제 갓 시작한 주니어이다.

나의 시니어는 밝고,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다정하고, 정이 많지만
충동적이고, 산만하고, 말이 많고, 목소리가 크고,
머릿 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초단위로 움직이는 아주 정신없는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하루에도 (나에게 말을 거는지도 가끔은 모르겠지만) 수십번 말을 건다.
가벼운 업무 중이면 관심을 주지만
3.5년을 함께 해오면서 이제는 적당히 tune out 해버린다.
특히 messy한 job을 처리 중일 때는 그냥 대놓고 말한다.
Let me finish this first 라고.
그렇지 않으면 리포트를 끝낼 수가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그럼 나는 스트레스가 쌓인다.
어쩔 수 없다.
(..아마도?)

주니어는 이제 석달 즈음 되어가는 신입이다.
이 친구 역시 따뜻하고, 정 많고, 다정하고, 밝은 친구지만
겁이 많고, 소심하고, 눈치를 많이 보고, 그런 와중에 자기 어필은 하고 싶은 말 많은 젊은이다.
이 친구 역시 머릿 속에 수만가지 생각이 나고 드는 것 같은데
시니어와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시니어는 정말 그냥 온갖 것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이고,
이 친구는
‘저 사람이 왜 저러지?’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내가 뭘 잘못했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해는 된다.
나 역시도 그랬던 시절이 있고 (물론 지금도 간혹 그러지만)
쓸데없는 걱정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을 안해본 사람이 있겠는가.

어쨋든 문제는
일할 때 초집중 Bitch 모드인 나를 두고 그 친구가 느끼기를,
‘자기를 싫어한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Bloody Hell. Seriously?

그 친구 눈에는,
내가 아무리 Bitch모드여도
시니어에게는 스스럼없이 굴고 장난치는 모습에서 거리감을 느낀다나?
……
아니 물론 무슨 말 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하… 일하러 온거 아닌가?
그 장난치고 가까워보이는 모습에서 이렇게 까지 눈치볼 일인가?
게다가 나는 시니어와 3.5년을 으쌰으쌰하면서 일해왔고 (소규모 사업장이다)
너는 이제 3개월 알았는데?
그 거리감이 어쩌면 당연한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내가 너무 대놓고 선을 그었나?
일에 집중한다는 것을 핑계로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걸까?
낯 가리는 내향적인 성격일 뿐인데,
단지 내가 그의 시니어이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 도 있는 것일까?
…하고 생각이 많아진다.

그렇다.
나도 NF이다.
미치겠다.

단지 좀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생각도 많고 걱정도 많지만
그 모든 것이 겉으로 드러나서 숨길 수가 없고,
무언가 불편하다면 직접 부딪히고 해결하고 넘어가야 하는 성격이다.

반면 그 녀석은 전혀 내색하지 않다가
정말 뜬금없는 포인트에 갑자기 넌지시 던지는데
그게 또 내 입장에선
도대체 지금 어느 부분에서 저러는 거지? 싶어서 (삐빅-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대수롭지않게 넘어가면
그게 또 그 녀석에겐 쌓이는 것 같고,
결국엔 내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결론까지 가는
어우.. 정말 토할 것 같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생각만으로도 숨이 막혀와서 그렇다.

애초에 기본적으로 나는 일 할때
저 ‘사람’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저 ‘업무’에 대해 고민은 미친듯이 해도.
업무만으로도 나는 버겁단 말이다.

시니어 녀석 (친구이다)은 업무적으로 상극인데, 인간적으론 상생이고,
이 녀석은 업무적으로 상생인데, 인간적으론 나와 오히려 상극이다.

그리고 왜 인지 아직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이게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타인에게 무덤덤해지는 그런 게으름인걸까?

사실 지금 이렇게 적고있는 와중에도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긴 하다.
내가 의도했건 아니건
상대가 상처… 아니 오해했다면
나를 먼저 돌아볼 줄 알아야 하는 법이거늘
쟤는 왜 저럴까.. 하며 푸념중이니 말이다.
(그래도 답답한 걸 어쩌라고)

그래도 시니어에게 약속했다.
주니어에게 좀 더 친절하고 다정하게 굴겠다고.
(그런데 또, 좀 풀어주면 말을 계속 건다…
업무 관련은 괜찮은데 사담이 너무 많다.
진짜 별 쓸데 없는 말과 장난을 엄청 건다.
제발 말 걸지 말라고.
그래서 더 말을 잘 안걸었던 것 같기도?
도대체 적당히가 없어.)

미치겠다!!
그래도 함께 가야하니까.
노력하자.

이상 일할 때 대문자 STJ가 되어버리는 소심한 NFP의 so so한 고민이었다.

Be kind, smile often, and be a good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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