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 시간동안 차마 비우질 못했습니다.
처음엔 똑바로 마주하고 정리하는게 두려워서,
그러다 하루하루에 치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그러다 이제 괜찮은데 굳이 해야하나 싶어서.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차마 버릴 수 없어 미련한 마음으로 가져왔던 작은 추억들.
기뻐할 나를 생각하면 사다준 아기자기한 선물들과
시간들여 정성껏 써주었던 편지들.
우리가 헤어지고도 7년을 차마 무서워서 열어보지 못했던
그 글들을 이제야 열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엔 반가웠다가, 아련해졌다가, 웃음도 났어요.
우리는 결국 헤어졌기 때문에 눈물이 날 만큼 슬프기도 했어요.
그런데 당신이 써준 글 속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나는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 사랑을 더이상 당신에게 받을 수는 없지만.
나는 사랑받아 마땅하고,
누군가 나를 이렇게 사랑해줄 수도 있는 멋진 사람이라고,
또 나 역시 누군가를 담뿍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아름다운 존재라고.
겨우 20살 중반밖에 되지 않았던,
어렸지만 늘 어른스러웠던 당신에게서 다시 한번 배웠어요.
가장 오래된 편지는 벌써 14년이 다 되어가는데
유치한 점 없이 14년을 더 산 오늘의 나에게 다시 한번 위로를 건네줘요.
이제 정말 당신의 편지들과, 함께 갔던 곳, 함께 봤던 영화들의 흔적은 보내 줄 거에요.
그래봤자 종이 쪼가리인거 아는데
당신은 이제 기억도 못할 내용들 일텐데
왜 지금까지 버릴 수 없었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줘서,
두려움 많고 의심많던 나를 믿고 이끌어줘서,
내 꿈을 응원해주어서 고마웠어요.
잘못을 한건 나인데,
나를 다시 받아준 건 당신이었는데,
그마저도 자신의 잘못이라 했을만큼 따뜻했던 당신.
당신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파란 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소소하게 대화를 나눴던 어느 오후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나는 너와 평생을 함께할 것 같다고.
우리는 결국 이어질 것 같다고.
그 어린 것이 인생이며 인연이며 무얼 안다고
발칙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그랬는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는 언제부터 어긋났던 걸까.
우리는 손 꼭 붙잡고 계속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누군가의 방향이 0.01도 틀어졌던 때가 언제일까.
처음에는 티가 안나서 몰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차이가 점점 벌어져
더 이상 수렴할 수 없을만큼 벌어져
우리가 결국 멀어져야 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내가 호주에 오겠다고 결심했던 때였을까.
내가 처음 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마음먹었던 때였을까.
아니면 그 보다 훨씬 더 전 그 날.
여전히 입에 담기도 힘들었던 그 날.
우리 사이의 붉은 실은 끊어졌던 걸까, 하고 가끔 생각해요.
이미 끊어진 실을 어떻게든 묶어보고 이어보려 했지만
결국 한 번 끊어진건 어쩔 수 없었나봐요.
처음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던 고2 때부터 시작된 내 마음.
이제는 정말 마무리지을게요.
솔직히 아직도 무서워요.
이게 맞는걸까.
당신처럼 날 아껴줄 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래도 나도 이제 용기낼게요.
그 어린 날부터 오늘까지도
따뜻한 마음으로 날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다시 한번 많은 걸 배워가요.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랑 줄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고마워요 정말.
당신을 만나 참 행복했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말들 속에서
그 시절의 내가 당신을 만나
사랑받고 사랑줄 수 있었음이 너무도 감사해서,
누군 바보같다 할 수 있지만
그 말들이 나에겐 너무도 귀하고 감사해서
이렇게라도 남겨봐요.
2012년 12월 14일
(…)
정말 신기한 것 같아.
우리가 만난지 이제 두달정도 되었나?
어떻게 보면 되게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널 보러 갈때면 설레여 두근두근.
이 느낌은 맨날 느끼는 건데두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 같아.
너 보러 갈때 설레구, 너네집 걸어갈 때 너 볼 생각에 막 기대되구 떨리구
너 보면 진짜 웃음밖에 안나오구…
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하다니까.
내가 처음에 ‘아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백한 거였는데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어 이상해.
왜 그러지? 어떻게 그러지?
음, 어느정도냐면
이제 선뜻 ‘사랑해’라는 말을 못하겠어.
무슨말이냐면, 내가 너에게 사랑해라고 하면
내 마음이 그 단어로 한정되어버리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내 마음은 그보다 더 크고 선명한데 말이야.
(…)
생각해보면 우리 20대초반인 만큼 이제부터 시작인거잖아?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 보다 앞으로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많이 도전하고 성취하고, 물론 그 안에 좌절도 있겠지만
또 그걸 통해서 뭔가를 얻고 그러면서 사는 재미를 알아가겠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앞으로 그 순간순간 내 옆에 니가, 그리고 니 옆에 내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벅찰만큼 행복해져.
그리고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돼.
– 달리는 무궁화호에서 –
2013년 4월 25일
(…)
널 만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너무 행복하고 벅찬 하루하루였어.
난 너를 생각하면 항상 고맙다는 말부터 떠오르는 것 같아.
고마워 정말.
기쁠때 같이 웃어줘서 고맙구
힘들때 같이 힘들어 해줘서 고맙구
매 순간을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마워.
요즘 여러모로 머리도 복잡하고 짜증도 많이 나는데
너 존재 하나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돼.
생각해보면 앞날에 아무것도 확실한게 없어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
난 개인적으로 열애보다 연애가 좋아.
열애는 말 그대로 한 순간 뜨겁기 때문에 금방 식어버리거든.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를 미지근하게 사랑한다는 건 아냐.
따뜻하게 사랑을 하자는 거지.
왜 커피도 그렇잖아.
뜨거우면 느낌은 강렬해도 항상 마실때마다 호호 불면서 언제 혀가 데일지 몰라 조심해야 되고.
근데 따뜻한 커피는 여유롭게 마시면서 커피향이랑 맛 모두 즐길 수 있잖아.
입에 머금어도 보고, 주위도 한번 둘러 볼 수 있고.
앞으로 따뜻하게 사랑해줄게.
<한 번의 생일 날>
오늘 만큼은 세상에서 당신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어진박물관>
… 혹시 도울게 있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이야기해줘요.
나는 항상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고맙고 사랑해요.
2014년 9월 2일 <산티아고로 떠나던 날>
정말로 가는 날이 왔네요.
지금도 나는 실감이 나질 않아요.
자기가 가고 싶다고 말한 순간부터 지금이 오기까지 정말 쉽지만은 않았죠.
그동안 두렵고 설레이면서 걱정도 많이 했겠죠.
자기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위험하지는 않을까, 아프지는 않을까, 힘들지는 않을까.
하지만 반대하지 않고 응원해준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여행이 자기의 꿈이었기 때문이에요.
이 여행이 얼마나 큰 바람이었는지 알기에,
이 여행은 결과보다 시작자체에 의미가 있다는걸 알기에 나는 응원해줄 수 있었어요.
그거 알아요?
나는 자기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누구나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은데
자기는 이제 그 많지 않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된거잖아요.
나도 자기처럼 지금 꿈을 넘어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한국에서 열심히 노력할게요.
아, 여행을 마친 뒤 그 짜릿함은 엄청나겠죠?
보람감과 뿌듯함으로 가득찰거에요.
아마 여행 에피소드들은 몇날 며칠을 얘기해도 남을거고
어느 자리에 가더라도 이 이야기는 가장 돋보일 거에요.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걱정과 두려움도 모두 이번 여행 후일담의 일부가 되겠죠?
사실 지금까지 자기는 무슨일을 하든 걱정이 앞섰고,
그런 자기를 보면서 나도 속으로 걱정했던 일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막상 닥치면 다기는 잘 해내곤 했죠.
그래서 이제는 걱정하지 않을거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기는 잘 해낼테니까.
분명히 힘들고 지칠거에요.
다리도 많이 아프겠죠?
당황스러운 일도 많이 생길거에요.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겠죠.
하지만 조그만 더 버텨봐요.
그 하루가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이 곧 여행이 될거에요.
잘 생각해봐요, 이번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적어도 단순한 휴식이 아닌 경험에 가까울거에요.
난 자기를 믿어요.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만큼 보고 싶을거에요. 사랑해요.
<호주에 간지 두달 반쯤 되던 어느 날>
(…)
나는 자기가 일도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거 보면 참 대단하다고 느껴요.
자기 일에 있어서만큼은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그래서 나도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얻는 것 같아요.
이전에도 느꼈지만 요즘들어 더 느끼는게 자기를 참 잘 만났다는 거에요.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도 더더 보고싶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걸 보면 자기한테 고마울 뿐이에요.
나한테 그런 존재가 되어줘서.
우리가 비록 떨어져 있지만
곧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만나요 우리.
<한 번의 이별과 재회 후>
(…)
너와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는게 아직은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은,
일상인데 어색한 그런 기분이야.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이 어색함은 다시 사라지겠지.
물론 예전처럼 서로에게 거리낌없을 정도로 오롯이 돌아가는데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냥 당분간은 이 어색함을 받아들이려고.
이것도 지금 우리에겐 필요한 과정이니까.
우리가 2012년에 만나 지금까지 4번의 겨울이 있었지만
이번 겨울은 참 잔인하고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아.
우리가 함께하지 못했고 서로에게 가슴아프고 힘든 일이 있었지.
무엇보다도 네가 지치고 외로울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게 정말 미안해.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난 내 자신에게도 많이 실망했어.
네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고 고작 제가 만든 고집에 끌려다녔으니 말이야.
정말 다른 사람도 아닌 너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자책감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더라.
두달동안 후회하고 고민하는동안 모든게 안개속에서 허우적대듯이 붕 떠있는 기분이었는데
딱 하나 확고해지는게 너에 대한 내 마음이었어.
정말 고마워.
네가 용기내어주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내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을거야.
물론 시간이 흐르면 언젠간 깨달았겠지.
하지만 지금도 늦은 시점에서 더 늦게 알게되었으면 어찌 되었을지는 생각하기도 싫다.
그리고 이런 바보같은 놈한테 한번 더 기회를 줘서 고마워.
내가 내 마음을 바로 볼 수 있던 것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네 덕분이야.
(…)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여서 고마워.
이건 말 그대로 그 존재가 너라서 너무 좋아.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