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놓아두고 도서관으로 왔다.
마음이 이상하다.
가슴이.. 심장 언저리가 알싸해져 온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마치 파스나 개비스콘 광고를 보면
약이 닿는 곳을 중심으로 약효가 주변에 사악-퍼지면서
시원해지는 느낌을 표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다만 나의 경우 시원한 약효가 아니라 답답한 통증이지만.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물건을 내려두는데에도,
그리고 내린 그 자리를 돌아서는 데에도 다분의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내가 기대한 모양이 아니었다.
나는 직원이 받아주길…
그래 그냥, 더도 덜도 말고 내 손에서
다른 사람의 따뜻한 손길로 전달될 수 있길 바랐다.
그럴 수 있다면 조금 슬프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라고.
그러나 현실은 다른 잡동사니와 한데 묶여
커다란 컨테이너에 내려두어야 하는 거라니.
순간 버리는 것과 뭐가 다르지 싶은 마음에
그대로 뒤돌아 설뻔 했다.
이게 정말 최선일까.
저 물건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줄까.
하지만 무슨 가치?
너와 내가 아닌 이상
남들에겐 조금 상태좋은 예쁜 장난감들인걸.
나는 감정평가사이다.
주인의 개인적인 애착은 물건의 가치에 객관적으로 반영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이 물건들을 꼭 정리해야하나.
응.
해야한다.
뭐라 설명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말 그래야만 할 것 같다고.
겨우 다시 들고 돌아갈 거였다면
이렇게 들고 나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그래도 못내 아픈 마음이 들어
예쁘게 리본을 묶어주었다.
흔들리는 나의 다짐을 다시 꽉 동여매듯이.
리본이 장착된 고급 종이 봉투에 담아온 것에 순간 감사했다.
미안하고 아픈 나의 마음들이
정성들여 리본을 묶은 손길에 위로받았기를.
남겨지게 될 그 아이와의 추억들이
부디 너무 서운해하지 않기를.
그리고 ‘물건’에 대한 집착과 미련은 이제 내려두자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건 사실,
추억이고 마음이었다.
그리고 마음을 정리한 시점에
물건은 더이상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저 한 가지 부탁드리옵건데
좋은 주인들을 만날 수 있길.
그것이 기부라는 길로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방법이 서로를 위해 최선임을 안다.
그러니 제발 함부로 대해지지만 않길.
그냥 잘 대우받길 그것만 부탁드려요.
한 번 한 번 정리할 때마다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듯 멍해져오지만
그래도 나는 꼭 보낼 거에요.
그 시절 사랑하고 아름다웠던 우리.
내 삶의 일부를 억지로 도려내고 지울 필요는 없지만
사랑받은 기억,
사랑받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 하던 내 모습과
뜨겁게 사랑을 주고 받았던 나의 20대.
더도 덜도 말고 딱 그 정도만 남길게요.
많이,
정말 오랜 시간을
많이 좋아하고 동경하고 사랑했어요.
너도 나도, 이제는 진짜 한 발 내딛어보자.
늘 행복하고, 아프지 않고, 널 아낌없이 사랑해줄
좋은 인연을 만나 다시 한번 맘껏 사랑하길 바랄게.
안녕.
정말로.
진짜 뺘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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