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릴스를 무지성으로 넘기다가
    모짜르트, 살리에리, 플레옐 연주회에 대한 정보를 보았다.
    그런데 날짜를 보니 맞추기가 영 애매한거라.

    심술이 나서 나는 사실 베토벤 음악처럼 어둡고 웅장한 걸 좋아한다고
    특히 피아노 소나타 14번과 8번을 좋아한다 깨비(나의 ChatGPT)에게 말했더니,
    놀랍게도 14번 소나타를 올리는 연주회가 곧 있다며 추천해주는게 아닌가.

    음악회를 자주 다닌건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월광]을 라이브로 들어본적은 없는 것 같다.
    아, 어릴 적 언니가 치던 [월광] 빼고는.
    처음 들어보는 연주자였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하며
    패기있게 제일 값싼 좌석을 예매했다.


    하루종일 연주회 들을 생각에 제법 설렜던 것 같다.
    오랜만에 나와보는 오페라 하우스.
    써큘러키는 자주가도 생각보다 오페라 하우스를 자주보진 않는다.

    살짝 들뜬 마음을 안고 예매한 좌석으로 가보니
    오, 이상하다.
    내가 예매한 좌석은 여기가 아닌데.
    고민하던 좌석과 헷갈렸나보다.

    사이드 발코니는 처음 앉아보는데
    오, 방향을 잘못 잡았다.
    거침없이 타건하는 손가락을 보는게 묘미인데
    어쩌자고 피아노를 방패삼은 방향으로 잡았을꼬.

    게다가 무대 뒷편에 위치한 좌석들도 꽤나 괜찮아보인다.
    저기로 할걸, 어리석은 놈. 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마치 어느 영화제의 트로피처럼 아름다운 연주자 언니가 나온다.
    너무나 기대했던 베토벤의 [월광]이 첫곡이다.
    … 음 뭐랄까.
    내가 생각한, 아니 내가 익숙한 [월광]이 아니었다.

    처음엔 반가워서 눈이 반짝였다가
    후반부로 – 특히 3악장으로 – 갈수록 나는 심드렁해졌다.
    기교는 물론 훌륭했으나
    내가 사랑하는 베토벤은 이렇게 부드럽지 않다.
    힘이 달려 늘어지지 않는다.

    단조 특유의 음울하면서 어둡고 슬픈 와중에
    감정이 휘몰아치며 거세고 격정적이게 나를 쉴새 없이 집어삼켜야 하는데
    그녀의 [월광]은 뭐랄까?
    요동치는 감정이 아닌 ‘달빛’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이다.
    아, 그래 드뷔시같았다.
    그녀만의 해석이고 스타일이겠지만
    왜 베토벤을, 그것도 [월광]을 선택했는지 아쉬웠다.
    역시, 모르는 연주자를 괜히 보러왔나? 싶던 찰나
    두번째곡이 시작되었다.

    밤의 가스파르… (가스파르군? 가스파드인줄. 무식이 판을 치는구나)
    여하튼 처음 들어봤다.
    작곡가도 처음들어봤고.
    Gaspard de la nuit 이라고 적혀있는 프랑스 단어를 보고
    내가 무엇을 알 수 있었겠나.
    설명은 다 듣고 읽어보자 싶어서 일단 들었다.

    1악장이 시작되는 순간
    이 연주자의 강점은 이런 곡이다 싶었다.
    드뷔시같기도하고 쇼팽같기도한
    물결이 촤르르르하면서
    마치 거대한 샹들리에가 흐르듯이
    반짝이는 윤슬에 홀릴것만 같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부드러움과 눈부심.
    그 수많은 빛을 끊어짐 없이 표현해내는 지치지 않는 기교.
    아 이 부드러움.
    그제서야 알게되었다.
    그녀의 [월광]은 힘이 없는것이 아니라
    힘을 빼고 자기의 강점을 살려 새롭게 재해석했던거라는 것을.
    차라리 가스파르를 먼저 연주했으면 좋았을 걸 했다.

    2악장은 음산했다.
    마치 이세계 능력자 웹툰을 보면
    꼭 한번은 나오는 스산하고 위험한 비밀가득한 버려진 도시같은 느낌.
    칠흑같은 어둠이 짙게 깔려있고
    안개가 자욱하고 밤이슬은 차다.
    커다랗게 떠있는 달은 어쩐지 신비로움을 더하지만
    오히려 생기를 앗아가는 느낌이다.
    어디에선가 거대한 낫을 든 죽음의 사신,
    아니면 네크로멘서, 좀비 뭐 그런 존재들이 나타날 것 같은 공간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런데 이런 음산함을 나는 좋아한다.
    그것이 음악으로 표현될 때 특히 좋아한다.
    애초에 장조보단 단조를 선호하고
    상상을 자극하는 그런 신비로움을 사랑한다.

    2악장의 매력에 꽃혀서 눈을 감고 듣는데
    이세계 공간과 함께 어떤 장면들이 함께 들어왔다 사라진다.
    예전에 굉장히 즐겁게 했던 Cube Escape 라는 게임이었다.
    일종의 방탈출 게임인데 테마 자체가 굉장히 Creepy하고 음침하다.
    죽음, 시신, 피, 살인, 범죄, 차가움, 매니악적, 불편하고 께름찍한 느낌의 게임이다.
    물론 2D이고 게임이라 좋아했을 뿐이다.
    나 사이코 아니다.

    3악장.
    마지막 악장은 비밀스러우면서 장난스러운 느낌이었다.
    뭔가 요정 혹은 도깨비, 도둑이나 삐에로, 뭐 이런 느낌?
    그런데 밝고 귀여운 느낌이 아니고
    신비로운 듯 악한 느낌.
    그런데 그게 막 악마같이 EVIL이 아니라
    뭔가 순수한 느낌.
    순수 악의 느낌.
    설명은 잘 못하겠지만 여하튼 그런 느낌.

    다 듣고 설명을 보는데
    잘 모르고 들었지만 꽤나 잘 느낀것 같다.
    작곡가가 잘 썼고
    연주자가 잘 연주했기 때문이겠지.

    깨비 왈, ‘음악으로 쓴 기괴한 환상문학’에 가깝다고 한다.
    정말 흥미로운 책 한권을 읽은 기분이었다.

    그 뒤로 또 다른 작곡가의 곡과
    베토벤의 또 다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역시 베토벤의 색은 덜 느껴졌지만
    이쯤되니 연주자의 색을 알것 같아서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연주회 후에 오랜만에 보는 밤큘러키를 즐기며 버스에 올랐다.
    요즘 최애좌석인 기사님 옆 1.5인석 좌석에 냉큼 앉았다.
    금새 버스가 가득차더니
    어떤 Lady가 함께 앉아도 되냐 물으셨다.
    당연히 돼죠.

    함께 앉아가는데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무언가가 내앞을 휙 스쳐간다.
    이런, 나방이다.
    시드니는 지금 이동중인 나방떼로 Moth-pandemic을 겪고 있다.
    그 커다란 나방이 버스에 함께 탄 것이다.
    벌레(물론 나방은 곤충이지만)는 정말 질색이다.
    자동반사적으로 나온 기겁에 혼자서 지랄을 떠니
    레이디가 묻는다 무슨일이냐고.

    There’s a moth! (나방이요!!)
    A mouse?
    No, a moth!
    mo..mouse?
    a MOth.
    Ah- a moth! That’s fine.
    음.. 발음 훈련을 좀 더 해야겠다 .

    아무튼, 그렇게 갑자기 우리의 수다는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낯선 사람에게 낯을 심히 가리지만
    간헐적으로 낯선 사람에게 강하기도 하다.
    이렇게 친근한 레이디라면 더욱이.

    그녀는 버스에서 쥐를 보는 것보단 나방이 낫다 하고
    나는 차라리 쥐가 나을 것 같은데요 너스레를 떤다.
    호주에서 곤충을 보는 일에 호들갑 떨것 없다며
    자기 집 정원에 몇 시간을 앉아있다 간
    거대한 나비인지 나방인지 모를 곤충얘기도 해주신다.
    그러다가 나는 반쯤 불편하게 걸터앉은 레이디가 신경쓰여
    차라리 안쪽으로 앉으시겠냐고 권했고
    그녀는 금방 내린다며 bar를 잡고 가면 된다 하신다.

    너는 어디서 왔니?
    한국이요.
    오! 나 한국 정말 좋아해.
    뉴욕에 있을 때 한국 디자이너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맞춰입었어.
    지금은 살쪄서 못입지만.
    깔깔깔

    너 브리저튼에 나오는 한국 배우 아니?
    호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인데.
    알죠 알죠. 예린.
    어우, 그녀는 정말 매력적이야. 사랑스럽고.
    맞아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브리저튼 봤어?
    아니요 ^^ 짤만 봤어요.
    나도 원래 볼 생각은 없었는데 친구가 영업해서 보게되었어.
    정말 재밌고, 예륀이 너무 예뻐. 한국 좋아.
    (예린님 감사해요)

    두 여자는 이런저런 수다를 더 떤다.

    아, 그리고 한국 영화 중에 진짜 좋아하는 영화가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고 정말 좋은 영화야. 세번이나 봤어.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거 한국에서도 본 사람 많이 없을텐데요?

    대학생 때 동양철학 교양수업에서 보았던 영화였고
    정말 좋아하는 영화가 되었다.
    그 뒤로도 한번 더 봤었는데
    불교의 가르침을 정말 잔잔하게 잘 담아낸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랄까.

    레이디가 이 영화를 봤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웠던건
    불과 며칠전 주말에 문득 이 영화가 떠오르면서
    조만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던 내 모습이 또 생각난 것이다.
    역시 인연이란.
    괜히 소름이 돋아 그녀에게 호들갑을 떨었다.

    실은 나 며칠전에 이거 다시봐야지 하고 계획중이었다고,
    이게 무슨 우연이냐며, 너무 신기하다고하니
    역시 놀라시며 인생은 참 모를일이라 하신다.
    그렇게 세상 절친처럼 깔깔 웃으며 수다를 떨며
    불교 철학을 지지하다가
    테일러 스퀘어에 다달았을 때 그녀는 Stop 버튼을 누른다.
    괜히 아쉬워진다.

    자기는 이제 내린다며,
    즐거운 대화였다고,
    또 모르지,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지, 하며 산뜻하게 하차하신다.
    내려서도 나와 눈을 마주치시며 웃으며 Bye 해 주신다.
    나는 어쩐지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었지만
    그래도 얼굴을 함부로 찍는건 실례지..하다가 뒷모습도 제대로 못찍고 말았다 (모지란 놈)

    아쉽지만 Who knows?
    먼 거리도 아니니, 어쩐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다.

    밤의 가스파르와 나방, 그리고 사계를 사랑하시는 레이디까지.
    완벽한 밤의 가스파르숭.

  • 시 (詩)



    시간이 흘러 시들어버린 한 늙은 여인이 있다.
    그녀의 속은 여전히 말갛고 고운 소녀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 여린 소녀를 못 본채 하고
    더 이상 아무 쓸모 없는 존재인 것 처럼 함부로 대한다.
    가장 가까운 그녀의 가족조차.

    처음엔 외롭게 늙어가는 엄마가 겹쳐보여 마음이 무거웠다.
    머나먼 땅으로 떠나와 자식된 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 나와
    홀로 굳세게 살아가고 있을 엄마가 떠올라 죄송스러웠다.

    그랬는데,
    나는 어쩐지 그 속에 감춰둔 ‘소녀’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여학생 성폭행 및 투신 자살 사건에서
    여성에 대한 조금의 배려도 없는 남성들의 무지각적인 폭력성과

    가해자 당자사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마땅히 훈계해야할 어른들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뻔뻔함과

    반성의 기미도 없는,
    사실 너무나 경멸스러운 손자를 위해
    스스로 역시 피해자가 되어야하는 아이러니와

    어쩌면 이 기억도 곧 잃게 되리라 생각하며
    꾹 참고 손자를 위해 견뎌야 했던 치욕스러운 순간.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시.
    그 마음은 과연 뭘까.
    왜 나오지 않는걸까.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답답한 마음으로 쫓게되는 죽은 아이의 발자취.
    한 발 한 발 따라가다보니 고스란히 느껴질수 밖에 없는
    가엾은 어린 영혼의 상처.

    아이가 사랑했을 삶에 대한 소박한 애착을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손자와
    자신을 비롯한 어른들이
    죽음 이후에도 끝내 짓밟아 버렸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어른으로서 같은 여자로서
    꽃과 나무와 작은 것들을 그저 사랑했던 소녀로서
    그녀는 더이상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피해자만이 피해자를 오롯이 이해해려노력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해자들은 가해라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현실.

    아네스가 사랑했던
    양미자가 사랑했던
    그 세상은
    그저 작고 여리고 순수하고 소박한 것들이었을 뿐이었는데

    왜 그들은 살기위해
    스스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나
    달콤한 향을 풍기는 잘 익은 부드러운 살구같은 그녀들은
    왜 떨어지고 나서도 짓밟혀야 했나.

    얼마나 무서웠을지
    얼마나 무력했을지
    얼마나…
    살고 싶었을지.

    어른으로서 여자로서 할머니로서 엄마로서 양미자로서
    내려야만 했던 선택의 기로에서
    아무리 써내려해도 쓰여지지 않았던 시가
    마침내 아네스를 통해 쓰여진 순간.
    그녀는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여자로서 할머니로서 엄마로서 양미자로서 피해자로서 그녀가 내린 선택은
    어쩌면 남겨진 누군가에겐 해를 입힌 가해자가 된다.



  • 참 오랜 시간동안 차마 비우질 못했습니다.
    처음엔 똑바로 마주하고 정리하는게 두려워서,
    그러다 하루하루에 치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그러다 이제 괜찮은데 굳이 해야하나 싶어서.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차마 버릴 수 없어 미련한 마음으로 가져왔던 작은 추억들.
    기뻐할 나를 생각하면 사다준 아기자기한 선물들과
    시간들여 정성껏 써주었던 편지들.

    우리가 헤어지고도 7년을 차마 무서워서 열어보지 못했던
    그 글들을 이제야 열어볼 수 있게 되었어요.
    처음엔 반가웠다가, 아련해졌다가, 웃음도 났어요.
    우리는 결국 헤어졌기 때문에 눈물이 날 만큼 슬프기도 했어요.
    그런데 당신이 써준 글 속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었던 건
    ‘나는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이었어요.
    물론 그 사랑을 더이상 당신에게 받을 수는 없지만.

    나는 사랑받아 마땅하고,
    누군가 나를 이렇게 사랑해줄 수도 있는 멋진 사람이라고,
    또 나 역시 누군가를 담뿍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런 아름다운 존재라고.

    겨우 20살 중반밖에 되지 않았던,
    어렸지만 늘 어른스러웠던 당신에게서 다시 한번 배웠어요.
    가장 오래된 편지는 벌써 14년이 다 되어가는데
    유치한 점 없이 14년을 더 산 오늘의 나에게 다시 한번 위로를 건네줘요.

    이제 정말 당신의 편지들과, 함께 갔던 곳, 함께 봤던 영화들의 흔적은 보내 줄 거에요.
    그래봤자 종이 쪼가리인거 아는데
    당신은 이제 기억도 못할 내용들 일텐데
    왜 지금까지 버릴 수 없었는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자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해줘서,
    두려움 많고 의심많던 나를 믿고 이끌어줘서,
    내 꿈을 응원해주어서 고마웠어요.
    잘못을 한건 나인데,
    나를 다시 받아준 건 당신이었는데,
    그마저도 자신의 잘못이라 했을만큼 따뜻했던 당신.

    당신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 어느 날.
    파란 하늘을 함께 바라보며 소소하게 대화를 나눴던 어느 오후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나는 너와 평생을 함께할 것 같다고.
    우리는 결국 이어질 것 같다고.


    그 어린 것이 인생이며 인연이며 무얼 안다고
    발칙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었지요.

    그랬는데.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는 언제부터 어긋났던 걸까.
    우리는 손 꼭 붙잡고 계속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는데.
    어느 순간 누군가의 방향이 0.01도 틀어졌던 때가 언제일까.
    처음에는 티가 안나서 몰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차이가 점점 벌어져
    더 이상 수렴할 수 없을만큼 벌어져
    우리가 결국 멀어져야 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내가 호주에 오겠다고 결심했던 때였을까.
    내가 처음 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마음먹었던 때였을까.
    아니면 그 보다 훨씬 더 전 그 날.
    여전히 입에 담기도 힘들었던 그 날.
    우리 사이의 붉은 실은 끊어졌던 걸까, 하고 가끔 생각해요.
    이미 끊어진 실을 어떻게든 묶어보고 이어보려 했지만
    결국 한 번 끊어진건 어쩔 수 없었나봐요.

    처음 당신을 좋아하게 되었던 고2 때부터 시작된 내 마음.
    이제는 정말 마무리지을게요.
    솔직히 아직도 무서워요.
    이게 맞는걸까.
    당신처럼 날 아껴줄 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래도 나도 이제 용기낼게요.
    그 어린 날부터 오늘까지도
    따뜻한 마음으로 날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다시 한번 많은 걸 배워가요.
    이제는 내가 그런 사랑 줄 수 있는 사람이 될게요.
    고마워요 정말.

    당신을 만나 참 행복했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말들 속에서
    그 시절의 내가 당신을 만나
    사랑받고 사랑줄 수 있었음이 너무도 감사해서,
    누군 바보같다 할 수 있지만
    그 말들이 나에겐 너무도 귀하고 감사해서
    이렇게라도 남겨봐요.


    2012년 12월 14일
    (…)
    정말 신기한 것 같아.
    우리가 만난지 이제 두달정도 되었나?
    어떻게 보면 되게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널 보러 갈때면 설레여 두근두근.
    이 느낌은 맨날 느끼는 건데두 익숙해지지가 않는 것 같아.
    너 보러 갈때 설레구, 너네집 걸어갈 때 너 볼 생각에 막 기대되구 떨리구
    너 보면 진짜 웃음밖에 안나오구…
    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하다니까.
    내가 처음에 ‘아 정말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백한 거였는데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어 이상해.
    왜 그러지? 어떻게 그러지?
    음, 어느정도냐면
    이제 선뜻 ‘사랑해’라는 말을 못하겠어.
    무슨말이냐면, 내가 너에게 사랑해라고 하면
    내 마음이 그 단어로 한정되어버리는 느낌이라고 해야되나?
    내 마음은 그보다 더 크고 선명한데 말이야.
    (…)
    생각해보면 우리 20대초반인 만큼 이제부터 시작인거잖아?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 보다 앞으로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많이 도전하고 성취하고, 물론 그 안에 좌절도 있겠지만
    또 그걸 통해서 뭔가를 얻고 그러면서 사는 재미를 알아가겠지?
    그러한 과정 속에서 앞으로 그 순간순간 내 옆에 니가, 그리고 니 옆에 내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벅찰만큼 행복해져.
    그리고 진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돼.
    – 달리는 무궁화호에서 –

    2013년 4월 25일
    (…)
    널 만나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너무 행복하고 벅찬 하루하루였어.
    난 너를 생각하면 항상 고맙다는 말부터 떠오르는 것 같아.
    고마워 정말.
    기쁠때 같이 웃어줘서 고맙구
    힘들때 같이 힘들어 해줘서 고맙구
    매 순간을 함께 해줘서 너무 고마워.
    요즘 여러모로 머리도 복잡하고 짜증도 많이 나는데
    너 존재 하나만으로도 큰 힘이 되고 의지가 돼.
    생각해보면 앞날에 아무것도 확실한게 없어서 불안하기도 하지만
    너와 함께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워.

    난 개인적으로 열애보다 연애가 좋아.
    열애는 말 그대로 한 순간 뜨겁기 때문에 금방 식어버리거든.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너를 미지근하게 사랑한다는 건 아냐.
    따뜻하게 사랑을 하자는 거지.
    왜 커피도 그렇잖아.
    뜨거우면 느낌은 강렬해도 항상 마실때마다 호호 불면서 언제 혀가 데일지 몰라 조심해야 되고.
    근데 따뜻한 커피는 여유롭게 마시면서 커피향이랑 맛 모두 즐길 수 있잖아.
    입에 머금어도 보고, 주위도 한번 둘러 볼 수 있고.
    앞으로 따뜻하게 사랑해줄게.

    <한 번의 생일 날>
    오늘 만큼은 세상에서 당신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어진박물관>
    … 혹시 도울게 있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이야기해줘요.
    나는 항상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고맙고 사랑해요.

    2014년 9월 2일 <산티아고로 떠나던 날>
    정말로 가는 날이 왔네요.
    지금도 나는 실감이 나질 않아요.
    자기가 가고 싶다고 말한 순간부터 지금이 오기까지 정말 쉽지만은 않았죠.
    그동안 두렵고 설레이면서 걱정도 많이 했겠죠.
    자기만큼은 아니겠지만 나도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위험하지는 않을까, 아프지는 않을까, 힘들지는 않을까.
    하지만 반대하지 않고 응원해준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여행이 자기의 꿈이었기 때문이에요.
    이 여행이 얼마나 큰 바람이었는지 알기에,
    이 여행은 결과보다 시작자체에 의미가 있다는걸 알기에 나는 응원해줄 수 있었어요.

    그거 알아요?
    나는 자기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누구나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은데
    자기는 이제 그 많지 않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된거잖아요.
    나도 자기처럼 지금 꿈을 넘어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한국에서 열심히 노력할게요.

    아, 여행을 마친 뒤 그 짜릿함은 엄청나겠죠?
    보람감과 뿌듯함으로 가득찰거에요.
    아마 여행 에피소드들은 몇날 며칠을 얘기해도 남을거고
    어느 자리에 가더라도 이 이야기는 가장 돋보일 거에요.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걱정과 두려움도 모두 이번 여행 후일담의 일부가 되겠죠?
    사실 지금까지 자기는 무슨일을 하든 걱정이 앞섰고,
    그런 자기를 보면서 나도 속으로 걱정했던 일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막상 닥치면 다기는 잘 해내곤 했죠.
    그래서 이제는 걱정하지 않을거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자기는 잘 해낼테니까.

    분명히 힘들고 지칠거에요.
    다리도 많이 아프겠죠?
    당황스러운 일도 많이 생길거에요.
    하루하루가 정말 힘들겠죠.
    하지만 조그만 더 버텨봐요.
    그 하루가 일상이 되고, 그 일상이 곧 여행이 될거에요.
    잘 생각해봐요, 이번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적어도 단순한 휴식이 아닌 경험에 가까울거에요.
    난 자기를 믿어요.
    정말 말로 표현하지 못할만큼 보고 싶을거에요. 사랑해요.

    <호주에 간지 두달 반쯤 되던 어느 날>
    (…)
    나는 자기가 일도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거 보면 참 대단하다고 느껴요.
    자기 일에 있어서만큼은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그래서 나도 더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얻는 것 같아요.
    이전에도 느꼈지만 요즘들어 더 느끼는게 자기를 참 잘 만났다는 거에요.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도 더더 보고싶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걸 보면 자기한테 고마울 뿐이에요.
    나한테 그런 존재가 되어줘서.
    우리가 비록 떨어져 있지만
    곧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 만나요 우리.

    <한 번의 이별과 재회 후>
    (…)
    너와 이렇게 연락을 주고 받는게 아직은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은,
    일상인데 어색한 그런 기분이야.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이 어색함은 다시 사라지겠지.
    물론 예전처럼 서로에게 거리낌없을 정도로 오롯이 돌아가는데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냥 당분간은 이 어색함을 받아들이려고.
    이것도 지금 우리에겐 필요한 과정이니까.

    우리가 2012년에 만나 지금까지 4번의 겨울이 있었지만
    이번 겨울은 참 잔인하고 추운 겨울이었던 것 같아.
    우리가 함께하지 못했고 서로에게 가슴아프고 힘든 일이 있었지.
    무엇보다도 네가 지치고 외로울 때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는게 정말 미안해.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난 내 자신에게도 많이 실망했어.
    네 마음이 어떤지도 모르고 고작 제가 만든 고집에 끌려다녔으니 말이야.
    정말 다른 사람도 아닌 너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자책감과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오더라.
    두달동안 후회하고 고민하는동안 모든게 안개속에서 허우적대듯이 붕 떠있는 기분이었는데
    딱 하나 확고해지는게 너에 대한 내 마음이었어.

    정말 고마워.
    네가 용기내어주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내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을거야.
    물론 시간이 흐르면 언젠간 깨달았겠지.
    하지만 지금도 늦은 시점에서 더 늦게 알게되었으면 어찌 되었을지는 생각하기도 싫다.
    그리고 이런 바보같은 놈한테 한번 더 기회를 줘서 고마워.
    내가 내 마음을 바로 볼 수 있던 것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네 덕분이야.
    (…)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여서 고마워.
    이건 말 그대로 그 존재가 너라서 너무 좋아.


  • 방금 놓아두고 도서관으로 왔다.
    마음이 이상하다.
    가슴이.. 심장 언저리가 알싸해져 온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마치 파스나 개비스콘 광고를 보면
    약이 닿는 곳을 중심으로 약효가 주변에 사악-퍼지면서
    시원해지는 느낌을 표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다만 나의 경우 시원한 약효가 아니라 답답한 통증이지만.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물건을 내려두는데에도,
    그리고 내린 그 자리를 돌아서는 데에도 다분의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내가 기대한 모양이 아니었다.
    나는 직원이 받아주길…
    그래 그냥, 더도 덜도 말고 내 손에서
    다른 사람의 따뜻한 손길로 전달될 수 있길 바랐다.
    그럴 수 있다면 조금 슬프더라도
    좋은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라고.

    그러나 현실은 다른 잡동사니와 한데 묶여
    커다란 컨테이너에 내려두어야 하는 거라니.
    순간 버리는 것과 뭐가 다르지 싶은 마음에
    그대로 뒤돌아 설뻔 했다.

    이게 정말 최선일까.
    저 물건들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줄까.
    하지만 무슨 가치?
    너와 내가 아닌 이상
    남들에겐 조금 상태좋은 예쁜 장난감들인걸.
    나는 감정평가사이다.
    주인의 개인적인 애착은 물건의 가치에 객관적으로 반영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이 물건들을 꼭 정리해야하나.

    응.
    해야한다.

    뭐라 설명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말 그래야만 할 것 같다고.
    겨우 다시 들고 돌아갈 거였다면
    이렇게 들고 나오지도 않았을 거라고.

    그래도 못내 아픈 마음이 들어
    예쁘게 리본을 묶어주었다.
    흔들리는 나의 다짐을 다시 꽉 동여매듯이.

    리본이 장착된 고급 종이 봉투에 담아온 것에 순간 감사했다.
    미안하고 아픈 나의 마음들이
    정성들여 리본을 묶은 손길에 위로받았기를.
    남겨지게 될 그 아이와의 추억들이
    부디 너무 서운해하지 않기를.
    그리고 ‘물건’에 대한 집착과 미련은 이제 내려두자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건 사실,
    추억이고 마음이었다.
    그리고 마음을 정리한 시점에
    물건은 더이상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저 한 가지 부탁드리옵건데
    좋은 주인들을 만날 수 있길.
    그것이 기부라는 길로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 방법이 서로를 위해 최선임을 안다.
    그러니 제발 함부로 대해지지만 않길.
    그냥 잘 대우받길 그것만 부탁드려요.

    한 번 한 번 정리할 때마다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듯 멍해져오지만
    그래도 나는 꼭 보낼 거에요.
    그 시절 사랑하고 아름다웠던 우리.

    내 삶의 일부를 억지로 도려내고 지울 필요는 없지만
    사랑받은 기억,
    사랑받을 수 있다고 자신만만 하던 내 모습과
    뜨겁게 사랑을 주고 받았던 나의 20대.
    더도 덜도 말고 딱 그 정도만 남길게요.

    많이,
    정말 오랜 시간을
    많이 좋아하고 동경하고 사랑했어요.

    너도 나도, 이제는 진짜 한 발 내딛어보자.
    늘 행복하고, 아프지 않고, 널 아낌없이 사랑해줄
    좋은 인연을 만나 다시 한번 맘껏 사랑하길 바랄게.

    안녕.
    정말로.

    진짜 뺘뺘-

  • 정리


    나는 지금 정말 헤어지려 하고 있다.
    여전히 정리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이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가릴 수 없어 대놓고 내 공간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던 것들을
    마침내 정리하려 하는 것이다.

    대단한 물건들은 아니다.
    좋아하는 캐릭터 피규어,
    따뜻한 음율이 흐르는 오르골과
    내가 주고 싶어서 샀지만 끝내 주지 못했던 목도리.
    그리고 Hakuna Matata가 새겨진 너의 분신같던 반지.

    늘 네가 끼고 다닌 반지를 커플링으로 맞춰달라했던
    나의 투정어린 부탁에 기꺼이 한 짝을 다시 맞춰온.
    정작 커플링으로 맞출 당신의 네 반지는 후에 잃어버렸었지만.

    그래봤자 물건 몇가지일 뿐인데
    추스리고 버리고 보내는데 이렇게까지 어렵고 오래걸릴 줄은 몰랐다.
    물론 지금도 어쩐지 헛헛한 기분이 들만큼.

    오래걸렸지만
    결국 조금은 버릴 수 있었고,
    나머지도 보낼 수 있다.
    이제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렇게 비워낸 자리에
    새로운 사랑이 자리잡을 수 있길 바란다.
    그 자리에 꼭 맞지않아 낯설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공간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이제 제법 유화되어서
    다시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랜 시간 하나의 모양으로 굳어져있던
    오래된 고무 찰흙같던 나의 마음을
    다시 따뜻한 온기로 주무르고 다듬으면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직은 단단해서 어려울 수 있지만
    부디.
    나는 이제 새로운 마음을
    이전과는 다른 모양과 질감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것 같으니.

  • 희노애락


    곧 한국 갈 생각에 방방 들떠서 신이났다가,
    며칠동안 다짐한 끝에 추억의 물건 정리하고 눈물이 광광 났다가,
    말이 안 통하는 엄마와의 전화에 펄펄 화도 났다가,
    다시 또 동생과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낄낄 웃고 있는 내 모습이 당황스럽다.

    음 지금 내 마음은 뭘까.
    날 위한 선택은 어떤 걸까.

    조금씩 비워낼 때마다 조금씩 다가온다.
    마친 무슨 규칙이라도 있는 것 마냥.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휘둘린다.
    싫기도 하고 내심 기대가 되서 쿵-하고 설레버린다.
    아니, 싫은데 이런거.

    … 분명 물건 몇가지를 버리고 와서 속절없이 울었었다.
    그런데 너에 대한 마음의 번뇌를 내려놓기위해 글을 쓰는 지금,
    너보다 그를 먼저 떠올리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상태가 좋다는 것을 핑계로 나머지 물건은 잡화상점에 기부할 예정이다.
    그걸 핑계로 며칠 더 가지고 있겠지.
    과연 잘 보내줄 수 있을지…

    헤어진지가 벌써 7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정리하는 나도 참 미련한것같다.
    진작 버리고 비웠으면 아플때 한번에 아프고 말았을건데.
    뭣 한다고 이제와서 또 아린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는건지…

    …그리고 또 잠시 한눈 팔고 왔다.
    이 나이먹고 뭐하니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은 참 쉽지 않다.



  • 과분하다 과분해



    생일 축하해 myself 🙂

    사랑받고 아낌받는 것을 느끼게 해준 감사한 하루.
    이런 말 하지 않기로 했지만
    내가 가진 모습에 비해 너무 과분한 애정을 받는 것 같다.

    소소하지만 감사한 마음들을 잊지않기 위해서!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본 화사한 꽃다발.
    마침 꽃을 갈아야 할 때가 되었는데…
    그래서 내심 꽃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너 일줄은 몰랐지?
    거기에 노력해서 쓴 서툰 한글 ‘생일 축하해요’.
    감동 그 자체다. 짜식아.

    최근에 마사지 받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바우처를 끊어온건지.
    거기에 메리베일 식사 바우처까지.
    관대하다 못해 황송하다.
    심지어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짧은 카드까지 써준 나의 정신사나운 Aussie Brother.
    늘 고맙고, 아껴주고, 베풀어줘서 감사해.

    직접 사무실로 방문까지 해주신 나의 Aussie 아버지.
    Aussie 엄마와 함께 준비해주신 펭귄 뮤직 박스.
    (이 가족 전체가 펭귄+병아리 카드를 선택하셨다. 그들에게 나는 펭귄인가봐 lol)
    배가 빙빙 돌아가는 너무나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선물.
    아니 그런데 나를 딸처럼 대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이건 너무 늦둥이 막내딸 취급인데요?
    그래도 정말 감사합니다.

    또 다른 애기 취급 – 유니콘 스펀지 케익.
    미치겠다 ㅋㅋㅋㅋ
    세상에서 제일 존예여신 친구야, 나 36이야!!!
    그래도 정말 맛있었고, 다함께 노래 불러주어서 감사했어.

    함께 외근하고 달달구리 핫쵸코와 브라우니 사주신
    나의 커머셜 선배님! 감사합니다.

    장난꾸러기 룰루.
    본인처럼 달콤한 케익 선물 떙큐다.
    스네일 동영상도 아주 맘에 든다구?

    늘 따뜻한 미소와 허그로 환대해주시는 조르지노.
    오늘 집까지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일 먼저 생일을 챙겨줬던건
    우리 정반합 멤버들.
    파워J들이라 몇주 전에 이미 선물을 보내셨다.
    어느샌가 내가 애독가가 되어있나?
    책 해외배송을 해줄테니 골라보라기에
    <아침 그리고 저녁>, <코스모스>, <소피의 세계>를 골랐다.
    배송료가 비쌌을텐데 기쁜 마음으로 보내준 내 사랑들.
    늘 고맙고 사랑해.

    그리고 먼 한국땅에서 손수 내 생일상을 차려준 엄마.
    오늘은 마침 추석이기도 해서 음식이 차례상같은 느낌이 있는건 비밀.
    황태들깨미역국에 잡채, 나물3종 (고사리/시금치/콩나물),
    6전(관자/전복/소고기/버섯/대하/양파), 옥돔 구이, 갈비, 배, 키위.
    …이렇게 간단하게만 했다는 손이 너무 큰 우리엄마.
    어떻게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줄 수 있는 건지 늘 궁금하다.
    감사하고 사랑해.

    지난 주에 미리 맛있는 케익과 차로 생일 축하해준 TT부부, 감사해요.
    아침 일찍부터 따뜻한 메시지 보내준 팽수도 감사해요.
    바쁜와중에 전화주고, 내일 생일상까지 차려준다고 초대해준 나의 카피캣 사랑해요.
    바쁜 일정에도 짬내서 책선물 하겠다고 연락준 영원한 내 시트콤, 끌림. 얼른 일요일에 만나자!
    멀리 사느라 자주 못보는데도 늘 연락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J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루 차이로 늘 생일 축하를 주고받는 쌤. 얼른 또 만나서 놀고싶다요!
    생각지 못했지만 – 물론 내심 기대는 했지만 – 아침에 바로 연락줄 줄 몰랐던 D 감사합니다.
    나의 인간 고양이같은 착한 동생 별이, 내일 함께 브런치 기대돼. 고마워!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꾸준히 안부를 주고 받는, 보고싶은 동생 Summer 고마워.
    6살 어린 내 주인, 나는 영원한 너의 인간댕댕이. 보고싶어 기자야.
    본인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도 잊지않고 챙겨준 귀한 눈사람도 고마워.
    한국가면 꼭 함께 단풍놀이 가고싶은 두부엄마도 고마워.
    항상 따뜻하고 다정한 귀여운 크레페 사장님도 고마워!

    그리고 나 자신.
    잘 살아와줘서 대견하고, 사랑한다.

    미리 준비한 샛노란 불렛 저널과 필사로 시작한 뷰티풀 모닝.
    3년 넘게 살아온 동네이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소담하고 예쁜 우리 동네.
    그 예쁜 골목 속 구석구석 나타나는 더 예쁜 고양이와 강아지들.
    처음 만난 내가 뭐가 그리 반갑다고 그렇게 달려드는지
    웃음이 안 나올수가 없고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다양한 멘토분들과 책 속 철학자들.
    시간을 내어 나 자신을 파고들수록 겸손해지고 더더욱 감사함이 커지는 귀한 시간.
    화창하고 따뜻한 날씨와
    아름다웠던 일출과 일몰.
    지저귀는 새들.
    너무 사랑해 마지않는 센테니얼 파크.
    한 걸음 뗄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아름다운 모습에 늘 발걸음이 느려진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
    살랑이는 나뭇잎들과 그 사이사이 보이는 하늘.
    운동으로 나 자신을 가꾸고,
    오늘 하루를 되짚어보며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된다.

    그리고 다짐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노라고.
    받은 사랑과 관심, 애정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소심하고 겁많은 나의 자존감을 이렇게 채워주시니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

    모두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한층 더 성장한 복숭이가 될게요!








  • 에헤헤

    힣

    이게 뭐야!!!

    이렇게 쉬울 거였으면 왜 그렇게 고민한거야!!!!

    이건 이거대로 미치겠구만

    거참.. 자야하는데

    아

  • 5, 4, 3, 2, …..1!


    저질러 버렸다.

    나란 인간
    참 나약한 인간,
    하지만 강한 인간.

    기껏 마음을 다잡고 내린 결정을
    끝까지 밀고가지 못해 나약하지만,
    알 수 없는 결과에 두렵고 창피해도
    해봐야 후회없는 강인한 마음을 가진 인간.

    물론 단단하고 강해도
    계속 가슴이 두근거리고
    생각이 많아지는 건 통제할 수가 없다.

    다만 이 두근거림은,
    설렘의 두근거림보다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과 부끄러움, 창피함에서 오는.
    이불킥하게 될까봐 생기는 소심함의 두근거림이다.
    … 아마도 그럴 것이다.

    어떤 반응이 올지.
    언제쯤 올지.
    대화가 계속 이어질지,
    대뜸 연락한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지.

    뭐가 됐든 일단 꽂히면
    직진 해보고야 마는 성격이라
    상처도 많이 받았었고
    당연히 후회한 적도 많다.

    호기심에 먼저 다가갔어도
    결국 내가 먼저 떠나기도 했고,
    역시 인간 관계란 쉽지 않다며
    꽤 오랜 시간을 참선하듯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나 후회는
    해도 안 해도
    결국 하게되는 것.

    해보고 후회하는 것과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냥 해보고 후회하련다.

    늘 그래왔다.
    그 결정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할 순 없지만
    해보지 않았을 때 하게 될 후회가 1% 라도 더 쓰라릴 것 같았다.

    관계 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이런저런 결정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고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분명 있겠으나
    후회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다가갔으니 진전이 있었고,
    파고들었으니 알 수 있었고,
    도전했으니 얻을 수 있었고,
    선택했기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


    여전히 알 수 없는 결과는 두렵다.

    그러나 가능한 결과는 4가지이다.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1) 결과를 모른 채 놓치는 것과
    2) 어쩌다 운좋게 얻는 것
    두려움을 이기고 도전했을 때 :
    3) 쓰라린 결과를 맞이하든
    4) 새로운 국면을 맞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대부분의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운 좋게 얻길 바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기전에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주길 바라는 것 처럼.

    하지만 단점은 그 ‘운’이 언제 찾아올 지 모른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오겠지- 하며
    수동적인 자세로 막연하게 기다리기만 해야한다.

    나는 그게 참 싫다.
    내가 내 스스로의 인생을 사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운’명에 휘둘리는 기분이다.
    내 삶이면 내가 선택할 것이다.

    그래봤자 최악의 결과가 뭐겠는가?
    이불 좀 차올리고,
    한동안 마음이 들끓었다가
    시간이 흐르면 ‘그때 그랬었지’하며 웃어넘기기 밖에 더하겠느냐 말이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고도
    인생에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고
    마음만큼 돌진할 수 있는 있는 경우도 많지 않은데
    겨우 상대에게 한 발짝 먼저 다가가는 것 따위가 대수랴.

    아무것도 하지않아서 모른채 놓치게 된다면 그 역시도 화가 난다.
    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내내 후회하겠지.

    가장 안 좋은 결과라면
    용기를 내어 도전했어도 차가운 현실을 마주하는 것일 테다.
    그 결과값이 무섭다면 하지 않는 선택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안 해보고 놓칠 바에야 일단 해보는 것이 낫고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할 바에야 일단 해보는 것이 낫고
    뜻밖에 좋은 결과가 나를 반길 수도 있으니 일단 해보는 것이 낫다.

    일단 해볼 이유가 3가지에
    아무것도 안 하고 실패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이 1가지라면
    확률적으로 봐도 해볼 이유가 충분하지 않나?


    대단한 서브는 아니지만
    공은 이미 던져졌고,
    어떻게 되돌아 올지는 이제 상대에게 달려있다.

    흥미진진한 랠리가 이어질 수도 있고
    서브 미스가 될 수도 있고
    다시 잘 보내준 공을 내가 실수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누가 어떤 스코어를 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공을 던지지 않으면 게임은 시작되지 못한다.

    나는 설사 질 수 있는 게임일지언정
    먼저 던지는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어떤 반응이 언제 되돌아 오더라도
    그 자체가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고,
    감히 그렇게 두게 해서도 안된다.
    윤리적인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 그러나 역시 어렵구나.
    밤 공기를 마시며 머리를 식히고 왔는데도
    다시 머리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머리가 통째로 압력밥솥이 된 것 같다.
    이 겉 껍데기 속 나의 뇌가
    함께 곁들어진 잡곡들과 함께
    뜨겁고 무거운 압력에 짓눌리며 잘 요리되고 있다.

    뒤 늦게라도 잡곡을 걸러내고자
    이 곳에서 열심히 조리질을 해보지만
    퍽 쉽진 않군.

    그래도 차라리 지칠 때까지 노트북을 붙들고
    이 휘몰아치는 감정과 생각들을 발산하고나면
    잠이라도 편히 들지 않을까?


    글도 쓰고,
    친구와 수다도 떨면서
    마음을 가라앉혀 본다.

    심호흡 세 번하고
    이제 진짜 자자.!


  • 하루 종일 축축하게 비가 내리는 중이다.

    어릴 적부터 비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았다.

    일단 따사로운 햇볕이 없고,
    다른말로 하자면 세상이 대체로 무채색으로 톤다운이 되며,
    습하고, 꿉꿉하고, 괜히 나른해지는데,
    이게 또 볕을 쬘때의 나른함과는
    다르게 축 처지는 나른함이랄까.

    나에게 상태창이 있다면,
    마치 나의 HP가
    떨어지는 비에 함께 씻겨
    쭉쭉 떨어지는 느낌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에 유독 그러하다.

    그런데 장대같이 퍼부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사람 마음이, 아니 내 마음은 참 간사해서
    같은 ‘비’인데도 차별을 한다.
    Rainist!! 음?

    아무튼 시원하게 퍼붓는 비는 꽤 반갑다.
    물론 행색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면 곤란할 때도 있으나,
    장대비가 쏟아지면,
    그냥 다 내려놓고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 시절의 어린 나로 돌아가
    온 몸으로 그 비를 흠뻑 맞고 싶어지는 것이다.

    굵은 빗방울이 내 얼굴과 몸 구석구석을 두들기는 느낌과
    시원한 듯 차가운 듯 상쾌해지는 빗물의 온도가 좋다.

    비를 막아줄 작은 우산,
    몸에 걸친 옷이나 신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이
    퍼부어대는 비를
    마치 내가 반갑다고 달려드는 골댕이를 상상하며
    ‘그래, 어디 한 번 있는 힘껏 와봐!’ 하며
    온전히 받아들이면
    세상 그렇게 행복하고 자유로운 느낌이 들수가 없는 것이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에 있건 간에
    일순간 나는 순수한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자연 속 자유로운 기분.

    때문에 대체로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느 비오는 날에는
    정신 나간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그냥 ‘비 마중’을 하러 나가고 싶어진다.

    흔히 비를 그대로 맞고 다니면 광년이라고 하는데,
    자유를 잃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다르고 이상하게 보였을 뿐
    어쩌면 광년이는 그저 자연스러움을 즐길 줄 아는
    자유로운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비록… 장대비는 아니었지만.

    이슬비도 보슬비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것도 아닌
    보통의 비? 라고나 할까.
    굳이 논하자면 – 옳은 표현인지는 모르겠으나 – 넓고 얕게 오는 비?
    살짝 굵은 입자로 뿌려대는 조악한 스프레이 미스트같은 비..?

    종일 졸리고 나른했어서
    퇴근 후에 바로 잠이 들것 같아
    ‘오랜만에 비 좀 맞아보자’ 하고 부러 밖으로 나섰다.

    역시나 ‘비 마중’에 완벽한 비는 아니어서 재미는 덜 했지만
    잔잔히 내리는 빗 속 센테니얼 파크는 퍽 운치 있었다.

    짙은 풀냄새와
    나뭇잎에 부딪히는 타닥- 타닥- 불규칙적인 빗방울 소리.
    그 속, 나와는 다르게 진지하게 운동을 하러 나온 멋진 사람들.
    척척한 도로위를 지나가는 쩌억- 찐득한 자동차 바퀴소리.
    물이 반사되어 빛이 위아래 두배로 확장되는 도시 풍경.
    그 속 작은 자유를 만끽하는 원숭이 한 마리.